'문어 빨판' 아이디어 기막히다, 세계가 주목한 K-뷰티 스타트업

K-뷰티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4년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 규모가 전년 대비 20.6% 증가한 102억달러(약 12조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어 빨판을 활용해 신개념 뷰티 디바이스를 개발한 미메틱스 박형기 대표. /더비비드

문어 빨판을 활용해 신개념 뷰티 디바이스를 개발한 미메틱스 박형기 대표. /더비비드


소비자는 늘 새로운 제품을 기대한다. 뷰티 디바이스 시장이 주목받는 이유다. 자연 모사 기술을 내세운 스타트업 미메틱스 박형기(34) 대표도 뷰티 디바이스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 디바이스는 전기나 배터리는 필요 없다. 문어 빨판 모양을 흉내 낸 패치 형태만으로 국내외 화장품 기업은 물론 제약사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박 대표를 만나 K-뷰티의 다음 먹거리에 대해 들었다.


◇노벨상을 꿈꾸던 소년의 새로운 꿈
미메틱스의 자연 모사 기술에 대해 설명하는 박 대표. /더비비드

미메틱스의 자연 모사 기술에 대해 설명하는 박 대표. /더비비드


충북 제천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요즘 아이들의 장래 희망은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라지요. 초등학생 때부터 제 꿈은 단 하나 ‘노벨상’이었습니다. 그땐 막연했죠. 그저 풀밭을 뛰어다니면서 나무에 올라가고 곤충을 관찰하는 평범한 아이였으니까요. 성인이 된 후에도 꿈은 변함없었습니다. 2010년 가천대 바이오나노학과에 진학하면서 나노분야의 전문가가 돼 노벨상을 받겠다는 다짐을 했죠.”

신입생일 때부터 대학원생과 함께 연구실 생활을 했다. “방학에도 매일 출근 도장을 찍으며 대장균 센서를 만드는 연구를 했어요. 3~4학년 땐 카이스트, 지스트(GIST) 인턴도 6개월씩 다녀왔죠. 대학 졸업 후 연세대 신소재공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밟았습니다. 이후 지스트에서 박사 과정을 이어가던 중 슬럼프가 찾아왔어요. 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택한 곳은 산업 현장이었습니다. 연구실 밖에서는 이론이 어떻게 현실이 되는지 확인하고 싶었어요.”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방창현 교수의 연구가 실린 국제 저널들. /방창현 교수 공식 홈페이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방창현 교수의 연구가 실린 국제 저널들. /방창현 교수 공식 홈페이지


2019년 치과에서 쓰는 의료용 기기 제조사에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썩은 치아를 때우는 재료인 레진을 연구했어요. 사람마다 치아 색상이 다르니, 전공을 살려 카멜레온의 피부 구조를 본뜬 레진을 만들어보겠다고 제안했죠. 번번이 반려됐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2년 차 대리가 맡기엔 지나치게 큰 프로젝트였어요. 그땐 이 좋은 아이디어를 왜 발전시키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죠. 그때 ‘창업’을 떠올렸습니다. 다만 혼자 시작하려니 막막했어요. 자연 모사를 연구하는 교수님의 연구실에 들어가 박사 과정을 마무리하면서 지금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전국에 내로라하는 자연모사를 연구하는 교수 10명에게 메일을 보냈다. 박사 과정을 하면서 동시에 사업화하고 싶다는 뜻을 미리 밝혔다. “유일하게 손을 내밀어준 분이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방창현 교수님입니다. 마침 연구 중이던 문어 흡반 구조의 점착 패치를 사업화할 구상을 하고 계셨어요. 수중 환경에서도 어디든 잘 달라붙는 성질을 활용해, 기존 화학점착제를 물리점착제로 대체하자는 취지의 연구였죠. 관련 논문은 2017년 네이처지 표지 논문으로 게재되기도 했습니다.”


◇화장품 흡수력 5배 높이는 문어 빨판
로션을 바른 자리에 마이크로 베큠을 올려둔 모습. /더비비드

로션을 바른 자리에 마이크로 베큠을 올려둔 모습. /더비비드


박사 2년 차인 2022년 7월 ‘유니콘스’를 창업했다. “그때까지도 ‘카멜레온 피부 조직을 모방한 레진’이란 아이템에 확신은 있었지만, 시장에 대한 확신은 부족했어요. 의료산업은 허가가 오래 걸리고, 사용자인 의사가 새로운 기술에 보수적인 성향이 있기 때문이죠. 대신 방 교수님의 문어 모사 기술을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교수님을 설득해 대학에서 기술 권리를 이전받고 사명도 바꿨습니다. 자연모사를 뜻하는 ‘바이오 미메틱스’에서 ‘미메틱스’만 가져왔죠.”

방 교수의 연구를 뷰티 시장으로 확장했다. “문어 흡반 구조 점착 패치를 피부에 붙였다 떼고 나니 불그스름하게 살짝 부어오른 흔적이 있었어요. 여기에 기능성 화장품을 바르면 모세혈관이 확장되고 피부가 벌어지니까 잘 흡수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고, 타당하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원리는 간단해요. 화장실 거울에 고무를 붙이기 위해 흡착시킬 때 음압을 활용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이죠. 이 원리에 따라 문어 흡반 구조 점착 패치에 ‘마이크로 베큠(Micro-vacuum)’이란 이름을 붙였습니다.”

임상시험 결과 마이크로 베큠을 사용했을 때 주름 개선, 색소 침착 개선, 피부 보습 개선 등의 기능이 대조군(화장품 도포)과 비교해 2배 이상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박형기 대표 제공

임상시험 결과 마이크로 베큠을 사용했을 때 주름 개선, 색소 침착 개선, 피부 보습 개선 등의 기능이 대조군(화장품 도포)과 비교해 2배 이상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박형기 대표 제공


2024년과 2025년 두 차례에 걸쳐 인체 적용 시험을 했다. “화장품을 단순히 피부에 도포했을 때, 마이크팩이나 마이크로니들(붙이는 주사라 불리는 약물 전달 기술)을 붙였을 때, 그리고 마이크로 베큠을 붙였을 때를 비교했습니다. 화장품의 흡수량과 흡수 깊이, 이를 통해 추산한 흡수 속도(흡수력)까지 확인했죠. 어떤 성분인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대조군에 비해 마이크로 베큠의 흡수력이 5~7배 정도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교차 검증을 위해 화장품 제조사와 제약사의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기술 혁신)에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화장품은 물론 아토피 약물 전달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경피 약물 전달의 매개체로의 활용 가능성까지 확인한 셈이다. “검증 단계가 까다롭더라도 대기업 위주로 협업했습니다. 그만큼 기술에 자신이 있었고, 후속 거래처를 넓혀가는 데 도움이 되리라는 판단이었죠.”

일본 기업 관계자들이 현장 실사를 위해 미메틱스 연구실을 방문한 모습. /박형기 대표 제공

일본 기업 관계자들이 현장 실사를 위해 미메틱스 연구실을 방문한 모습. /박형기 대표 제공


오픈 이노베이션은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기회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2025년 1월 미메틱스는 바이오·제약 기업인 메디톡스의 오픈 이노베이션 참여 기업으로 선정됐다. 주관사는 바이오·의료 창업 혁신 플랫폼 서울바이오허브다. “이를 계기로 서울바이오허브의 공용연구시설에 입주해 최신 장비를 활용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일본 진출에도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스타트업은 세계 시장에서 인지도·신뢰가 부족할 수 있는데요. 서울바이오허브가 중간 다리 역할을 해 준 덕분에 일본 기업과의 협업이 훨씬 수월해졌죠.”


◇새로운 뷰티 카테고리의 등장
LG생활건강 더후에 납품한 마이크로 베큠. /박형기 대표 제공

LG생활건강 더후에 납품한 마이크로 베큠. /박형기 대표 제공


2025년 4월 LG생활건강 화장품 브랜드 ‘더후’와 협업해 마이크로 베큠을 시장에 처음 선보였다. “‘비첩 자생 에센스’를 구매하면 마이크로 베큠(스킨 액티베이터 패치)을 함께 증정하는 이벤트를 열었어요. 시장의 반응을 보기 위해 약 1만개를 소비자에게 사용해 보도록 한 거였죠. 지금은 2차 제작 물량을 협의하는 중입니다. 그 외에도 국내외 굴지의 뷰티 브랜드에서 협업 제안을 받고 있어요.”

전세계에 유일한 자연 모사 기술로 만든 마이크로 베큠을 소개하며 자신감 넘치게 웃어보인 박 대표. /더비비드

전세계에 유일한 자연 모사 기술로 만든 마이크로 베큠을 소개하며 자신감 넘치게 웃어보인 박 대표. /더비비드


쿠션 파운데이션은 2008년 우리나라의 한 화장품 회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에어쿠션’이 원조다. 편리함으로 큰 인기를 끌자 국내외에 비슷한 제품이 쏟아졌고, 이젠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를 잡았다. “마이크로 베큠도 하나의 카테고리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최근 뷰티 시장은 홈 디바이스가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제 새로운 디바이스가 필요한 시점이에요. 마이크로 베큠은 단일 제품으로도 가치가 있지만, 고주파·LED·진동 등의 기능과 함께 사용하면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요. 10년 뒤엔 화장대 위에 놓인 마이크로 베큠이 당연하게 느껴질 겁니다.”

이영지 더비비드 기자 박유연 기자

이영지 더비비드 기자 박유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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